사실 우리 한국은 생존 자체를 미국에 걸고 살고 있다. 무역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의 목숨을 좌우하는군사적인 문제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가령 우리 군대를 이동시키는 데에도 전시에는 주한미사령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핵폭탄도 우리 대통령 허락없이 미군 사령관이 임의로 쓸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북한에 대한 군사 위성 정보는 98%가 미국을 통해서받는단다.
엄밀히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과연 독립국인가 하는 데에는 의구심이 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미국이 우리의 모든 것이라 해도 전혀 과장된 게 아니다.
그런 미국이 아랍을 알기를 그리스도의 적처럼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 코리안들은 알아서 기어야 한다.
아버지 같은 미국이 그렇게 본다면 우리도 덩달아 그렇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 이스라엘과 아랍이 싸우면 우리는 슬그머니 이스라엘의 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는 아랍 세계와 아주 가까웠고 우호적인 관계를 갖고 있었다.
또 그 역사도 길다.

신라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당대의 아랍 책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처용이 아랍인이었을 거라는 추측과 함께 당시 경주에는 많은 아랍인들이 활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주에 있는 괘릉에는 아랍인의 얼굴을 한 석상(石像)이 있어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

고려 때에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고려가요인 쌍화점의 가사를 보면 '회회 아비'가 하는 만두가게에 가서 성의 환락을 즐겼다는

고려 여인의 고백이 있는데 회회아비란 바로 이슬람교도를 말한다.
노래에 이 정도가 남아 있다면 당시 개성에 얼마나 많은 아랍인들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조선은 초기까지만 해도 이슬람을 신봉하는 위그르인들이 꽤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교의 폐쇄정책 덕에 아랍 세계와의 접촉은 대폭 줄어든다.

우리는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서구의 기독교보다는 아랍 세계와 친해왔다.
따라서 아랍 세계를 덩달아서 적대시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게다가 아랍권은 십수억의 엄청난 공동체다.

앞으로 많은 교류가 있어야 할 터인데 미국과 이렇게 엇가니 미국 그늘 밑에서 먹고 사는 우리는

어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찌 됐든 아랍과의 우호적인 역사는 잊지 말자.

저자 : 최준식 교수  
이화여대 인문대학 한국학과 부교수